죽지 못해 사는 인생


요한계시록이 보여주는 재앙은 무지성적인 자연재해가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입니다. 심판은 악에 대한 징벌이고 재해는 선악의 구분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심판은 공의로운 것이고 재해는 가치 중립적인 것입니다.

8장과 9장은 일곱 번째 인이 떼어지고 이어지는 7나팔의 심판을 다룹니다.

7나팔 심판의 시작은 금향로를 땅에 쏟는 것으로 시작되는 데 이는 6장에서 순교자들이 하나님께 구한 기도가 응답됨을 뜻합니다. 우리의 기도는 반드시 응답됩니다. 때로는 지금이 하나님의 때가 아니라서 구한 것을 받지 못할 때가 있지만 정하신 하나님의 때가 되면 하나님은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조차 잊지 않으시고 응답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십니다.

7나팔 심판은 하나님의 백성들 외에 회개하지 않은 이들을 향한 심판으로 이 심판의 목적은 이들이 하나님께 회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약성경에서 바로가 10재앙으로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완악해진 것처럼 이들도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을 대적하는 길로 나갑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멸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길로 나오길 원하십니다. 그래서 그 분은 우리가 돌이키기 위해 기다리시지만 그 기다림은 무한이 아니라 반드시 끝이 있습니다.

7나팔은 1-4 나팔과 5-7 나팔로 구분되는 데 전자는 자연을 향한 심판이고 후자는 인간을 향한 본격적인 심판입니다. 그래서 후자의 3나팔이 본격적인 “화, 화, 화”인 것입니다.

첫 번째 나팔은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와서 땅에 쏟아져 땅과 수목의 1/3을 태웁니다.

두 번째 나팔은 불 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져 바다의 1/3이 피가 되고 바다생물의 1/3이 죽고 배가 1/3이 부숴집니다.

세 번째 나팔은 쑥이라는 큰 별이 떨어져 강과 물샘의 1/3이 쓴 쑥이 되어 많은 이들이 죽습니다.

네 번째 나팔은 해, 달, 별의 1/3이 어두워집니다.

1-4나팔은 자연이상으로 인한 하나님의 간적접인 심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사람들을 향한 직접적인 심판은 더 엄중한 재앙으로 다가옵니다.

첫 번째 화, 다섯번째 나팔은 황충으로 인해 사람들이 괴로움을 당합니다. 두 번째 화, 여섯번째 나팔은 7장에서 바람을 불지 못하게 잡고 있던 천사들이 풀려나게 되고 이 천사들이 이끄는 마병대가 정해진 날에 사람의 1/3을 죽임을 당합니다. 이 마병대는 로마군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팔디아인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은 활에 능하여서 후퇴하면서도 등 뒤로 공격을 하는 (꼬리에 머리가 있음) 마병대였습니다. 이처럼 나팔심판은 갈수록 주변에서 중심으로 강도가 세집니다. 그러나 이 심판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회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나님의 심판은 더욱 준엄해집니다.

첫 번째 화, 황충에게 공격당한 사람들은 고통 가운데 차라리 죽기를 원하지만 죽지 못하고 고통을 받습니다. 우리는 가끔 “죽지 못해 산다”는 자조 섞인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을 상실하고 그저 하루 하루를 연명하듯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황충이 하늘을 뒤덮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 절망과 낙심이 우리의 삶을 뒤덮을 때가 있습니다. 전갈은 숲이나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사람을 공격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우리는 삶을 살아가다 불쑥 전갈처럼 우리를 공격하고 아프게 하는 수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뢰하고 영접한 하나님의 인침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 살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늘을 뒤덮은 황충으로 절망하는 자가 아니라 하늘의 열린 문을 통해 소망을 누리는 자입니다. 또한 우리는 전갈처럼 우리를 숨어 공격하는 삶의 위험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내 삶 속에 하나님께서 예배해 두신 선물과 같은 은혜를 누리며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시편 46편 1-3절에 이르시길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에 빠지든지 바닷물이 솟아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흔들릴지라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라고 하셨습니다.

7나팔 심판은 믿는 자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재앙이 아니라 오히려 그 두려운 재앙 속에서 우리의 의와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로 정결하게 된 우리를 지키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씀하시는 장면입니다. 출애굽의 유월절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백성을 보호하셨던 주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시고 구원하십니다.

다트머스한인교회 김승용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