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은 끊임없이 사사들과 사무엘, 수많은 선지자들과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전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정말 심각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나라, 이스라엘의 멸망과 하나님의 집, 성전이 파괴되는 심판을 겪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심판의 시간에도 하나님은 침묵하지 않으시고 끊임없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심판 후에 회복이 있을 것이라는, 다윗의 후손으로 메시야를 보내신다는 약속을 말입니다. 그리고 긴 70년의 포로기간이 끝나고 돌아온 자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성벽과 성전은 재건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뭔가 다시 시작될 것처럼 보이던 이 때에 말라기 선지자를 끝으로 갑자기 하나님은 침묵하십니다. 그것도 400년이란 시간동안을 말입니다. 이 동안 새로 지어진 성전과 성벽은 처참히 무너져버렸습니다. 이스라엘백성은 당황했습니다. 거대한 페르시아와 그리스, 그리고 로마라는 제국의 틈바구니에서 이스라엘의 그야말로 비참한 시기를 보냅니다. 그 긴 침묵의 시간동안 어떤 이들은 하나님이 자신들을 잊어버리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하나님의 이스라엘을 향한 진노가 크셔서 그들을 버리셨다고도 말했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이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에게 패하여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이 침묵의 시간 가운데 하나님의 회복의 약속을 붙잡고 메시야를 기다리던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메시야가 오면 로마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하나님의 왕국이 재건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생겼습니다.
이 긴 침묵의 시간을 끝내고 말라기 선지자가 예언한 엘리야인 세례 요한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세례요한은 자기 뒤에 오실 하나님의 어린양을 소개합니다. 마침내 메시야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하나님은 결코 약속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다면 그 긴 침묵의 시간은 무엇일까요? 침묵은 방관이 아니라 또 다른 하나님의 열심의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새롭게 하시고 하나님 나라를 전하는 위한 준비 작업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를 통해 언어를 통일하셨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헬라제국을 건설하며 가는 곳마다 헬라문화를 퍼트렸고 그 핵심은 바로 헬라어였습니다. 덕분에 구약성경은 헬라어로 번역이 되어 이스라엘이라는 지역과 민족을 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디오피아의 내시가 읽은 이사야서는 헬라어버전입니다)
두 번째 하나님은 로마를 통해 복음이 퍼져나갈 길을 준비하셨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로마는 길의 중요성을 아는 나라였습니다.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만든 이 길을 통해 복음이 중동지역(소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400년의 침묵의 시간은 하나님의 또 다른 역사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비록 400년을 살지는 못하지만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인생의 시간 속에서 상대적으로 길게만 느껴지는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신 것은 아닌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하나님이 과연 계신지?’에 대해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침묵이 방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침묵 속에는 또 다른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습니다. 나의 삶을 바꿔 가시길 위해 침묵 속에서 끊어지지 않는 사랑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그럼으로 우리는 그분의 신실하신 약속을 믿음으로 붙자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긴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하나님의 일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있던 믿음의 사람들만이 그 역사하심의 자리에서 함께 기뻐하며 환호할 수 있습니다.
다트머스 한인교회 담임목사 김승용